아청법에 의해 삭제되어야 할 웹소설 내용
며칠 전부터 19금 웹소설을 15금으로 교정하고 있다.
근데 교정할수록 참 갑갑하다.
게다가 오늘
미성년자와 성인의 교제 내용은 삭제해야 한다고 해서 교정하고 있다.
결국 답답함이 절정으로 치달아서 이 글을 남긴다.
오늘, 교정한 내용은 소설의 사실 주인공들의 스토리도 아니고 미성년자의 성을 팔려고 한 내용도 아니었다.
그저 주인공들이 언급하는 조연의 스토리, 그 중에서도 총각 선생님이 여학생과 사귄다는 스토리, 나도 학창 시절 들었던 소재였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있을 법한 이야기 소재인데도 삭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청법 뭐가 이렇게 엄격해?
솔직히 말하면 중학교 시절 내 나이 만 13살 즈음에도 원조교제하는 동급생도 여러 명 봤다. 그 정도로 내가 중학교 시절에도 아이들은 어른의 성애에 관해서 정보의 소통이 있었다는 것이다.
나이가 어리다고 해서 아무 것도 모르는 게 아니다. 관심이라는 게 억지로 단속하려고 한다고 단속되는 것도 아니다. 뭐, 청소년 관리 기준을 만들어두는 건 나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실전에서 그 기준이 너무나 빡빡하다는 걸 실감한다.
이건 뭐, 15금을 쓰는데, 10살 기준으로 쓰라고 하는 것 같다.
차라리 웹소설 나이 분류를 더 세심하게 9금 12금 15금으로 나누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어떻게 15금에서 선생님이 여학생과 그저 사귄다는 말도 못쓰게 하는 걸까?
15금이면 한국 나이로 17세다.
중학교 3학년이나 고등학교 1학년들이 선생님과 여학생이 사귈 수 있다는 상상이나 말도 안할 것 같나?
현재 15금은 섹스, 성행위, 정사, 성교 같은 단어는 무조건 삭제해야 한다.
15금이니까 청소년 물에서 지나치게 성적인 어감을 주는 단어들을 삭제하는 건 이해한다고 하자.
근데 직접적으로 성 행위를 묘사하지 않아도 단지 그런 단어만 들어가도 검열에 걸린다는 게 아쉽다.
그뿐만 아니라 쾌감, 신음이라는 단어조차도 검열에 걸린다. 그러면 15금은 대체 무슨 단어로 로맨스 소설을 쓰나?
쾌감은 성 행위에서만 느끼는 게 아니고 신음도 마찬가지인데...ㅠㅠ;;
그와 비슷한 단어로 사디스트와 마조히스트란 단어도 있는데, 참 개인적으론 아쉽다. 활용도가 높은 단어들인데...ㅠㅠ;; 그 단어들이 성애를 연상시키기에 15금에서는 못 쓰게 한다고 한다...(으이그... 한 단어들에서 오로지 성적인 것만 연상하는 니들의 단편적 상상력이 더 추접스럽다.)
아무튼 청소년이면 아예 성에 관해 마치 수행자처럼 벽을 치고 무조건 관심을 두지 말란 얘기인가 싶어서 전형적인 꽉막힌 기준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이런 막무가내 식 아청법의 규제는 오히려 창작욕에 제재만 가하고 창작자만 제한하는 것이지 아동을 보호하는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 같다.
어찌 보면 청소년기는 성적인 면에 가장 호기심이 많을 때이고 그 관심을 활자로나마 풀어줘야 할 때 같은데, 너무 갑갑하게 제한하는 것 같은 기분도 든다.
교정을 하다보면 힘이 쭈욱 빠진다.
정말 이렇게까지 검열하고 삭제해야 하나?
창작자로서 어이없고 허무한 기분도 든다.
내가 너무 창작자의 입장에서만 말하는 것 같다면 아래 15금 로설을 위해 삭제한 예시문을 보고 평가해주길 바란다.
아래 예문을 삭제해야 하는 이유는 성인과 미성년이 사귀는 이야기는 아청법 상 금지되는 사유이기 때문이란다.
아래의 이런 내용까지 삭제해야 한다면 어떻게 스토리를 이어가야 하나 막막해지기까지 한다.
내가 너무 무능력해서 그런가.ㅠㅠ;;
아래 내용은 구체적 서술을 많이 삭제한 것이다.
하지만 15금에선 미성년자와 성인이 사귄다는 내용 자체를 쓰면 아청법에 걸린다면서 통삭제를 해야 한단다.
허얼~~
만약 4살차이 남녀가 현실에서 한 명은 16살에 한 명은 20살에 만나서 성 관계가 없어도 그저 연애를 시작하면 썸만 타도, 아니 옆에서 언급만 해도 아청법 상 불법이니 검열 삭제?
그럼 텔레비전 로맨스 드라마들 안되는 거 많이 봤던 것 같은데?
(삭제한 예문)
“아, 근데, 저 사람, 영어 쌤 아냐?”
“어? 영어 쌤?”
“교복을 보니까 상대는 1학년이야.”
“아, 그러네.”
장미는 태리가 가리킨 장면을 본 후에 충격을 받아서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그녀가 좋아하던 로이 선생님이 1학년 후배와 단둘이 교정에서 다정하게 미소 지으면서 대화를 하는 걸 보게 될 줄이야. 멀리서 봐도 그 친밀한 분위기가 살뜰하게 느껴졌다. 옆에 있던 태리가 추임새를 넣듯이 낮게 중얼거렸다.
“우와, 여긴 우리 둘 뿐인 줄 알았는데, 저 선생도 꽤 하네. 데이트하는 거 맞겠지?”
태리의 말이 맞는 것 같았다. 로이 선생님과 1학년이 서로 바라보는 눈길에 꿀물이 떨어지는 게 느껴졌다.
“저 1학년도 보통 아니네. 뭐.”
“근데, 너도 저런 놈을 좋아했다며?”
장미는 경색한 얼굴로 태리를 바라보았다.
“진정해. 전에 효빈이에게 들었어.”
“별로 안 놀랐어. 그냥 네가 선생님한테 놈이라고 해서…….”
“학생을 건드리는데 놈이라는 소리 들을 만하지.”
“건드리다니! 태리, 근거 없이 그런 소리를 하니까 어린애 같다는 거야! 게다가 로이 쌤도 사람이고 남자야. 좋아한다고 해도 뭐가 나빠. 상대가 학생이었을 뿐이잖아.”
“좋아하는지, 어린앨 갖고 놀려는지 알게 뭐야?”
“이성도 차리지 못하고 교정에서 저러는 걸 보면 사랑하는 거겠지.”
“우리처럼?”
“뭐?”
선생님을 변호하면서도 장미는 당황스럽고도 착잡했다. 상실감이 가슴속에 갯지렁이처럼 꾸물거리며 스며들었다.
‘로이 선생님도 남자애들하고 똑같아. 아니, 저렇게 어린 여자애와 사귀다니, 루이 쌤은 더 심해…….’
씁쓸한 실망감 속에서도 장미는 로이 선생님에게 사랑 받는 후배 여학생이 사무치게 부러웠다. 여태껏 로이 선생님을 동경한다고만 생각했는데, 명백하게 성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선생님, 그 여학생이 저보다 더 매력적인가요? 저한텐 아무 관심도 없으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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