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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드 르 브르통의 ‘걷기 예찬’을 읽고

로긴아이 독서 후기

by 로긴아이 2022. 4. 4.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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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으면서 생각한 브르통의 명상과 철학에 대해 읽을 수 있다.

그는 혼자 걷기의 장점에 대해 설명한다. 혼자 걷기의 매력에 빠진 그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나 역시 한창 혼자 산책을 즐겼던 적이 있었고 그 체험과 그 때 했던 사유에 대해 글로 남겼던 적이 있다. 근데 막상 이제 와서 그의 책을 읽다보니 그와 나는 유사한 경험을 많이 공유하고 있다. 혼자 걷는 체험은 보행자에게 비슷한 생각과 체험을 선사하는 모양이다.

 

과거에 내가 남긴 산책에 대한 기록을 브르통이 먼저 글로 남겼으니 이제 난 그 글들을 차마 내 이름으로 책을 남길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저작권 소송을 당할지도 모를 일이니까 말이다.^^

 

글도 먼저 선점하는 사람이 장땡인 것이다.

다만 나는 날씨와 걷기를 접목해서는 기록해본 적이 그다지 없다.

왜냐면 봄비가 내리는 날은 걸어본 적 있어도 브르통처럼 우산 없이 걸어본 적은 없었다.

환경 오염 때문에 비를 그냥 맞으면 머리가 다 벗겨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우산을 안 쓰고 빗길을 걸어본 적은 초딩 때 이후론 없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나는 그가 악천후에 걷는 경험을 오히려 더 아름답게 묘사한 것을 볼 때 문학적 배치 같다는 생각에 살짝 웃음이 나왔다. 어쩌면 고생한 만큼 그에게 보람 있는 걷기의 기록을 남겨 주었던 것일 수 있을 것이다. 인생이 그러하듯이 말이다.

 

그래도 난 어떤 길이든 걷다보면 예찬할 무언가를 내게 던져준다고 생각한다. 기후라든지 경치라든지 하는 조미료가 가미된 특정 길을 더 애호할 생각은 지금으로선 없다. 나 자신과 걸어갈 수 있는 땅만 있다면 나는 걷기 예찬은 만들어진다고 본다.

 

다만 이 글을 읽으면서 아쉬운 점도 있었다.

이 사람은 자연과 자신과는 소통하면서 걷는 고독한 수행자 같은 즐거움을 만끽했지만 다른 사람과 소통하면서 걷는, 만행으로서의 걷기의 즐거움에 대해서는 그다지 남기지 못했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 책 자체가 만행에 가까운 글짓기로 풀어내는 소통이라는 걸음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요즘 나는 하루에 30분도 걷지 않는다.

컴퓨터 앞에만 앉아서 글을 쓴다는 변명을 하며 밖에 나가려 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날씨는 커녕 집 주변에 길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새로 생긴 건물이 있는지 없는지조차 모를 지경이다.

나의 다리 근육들은 흐물흐물거리고 나의 폐기능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는 걷기를 재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 나라의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어느 한 사람이 열렬하게 추천하고 있는 걷기가 주는 장점을 나도 다시금 누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실천하자. 좀 걷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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