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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루의 세계사 편력을 읽고

로긴아이 독서 후기

by 로긴아이 2022. 4. 4.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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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네루가 감옥에 투옥되었을 당시 13살의 딸에게 3년 동안 보낸 편지를 엮어서 책으로 낸 것이다. 그 딸은 나중에 인도의 여자 수상이 되는 인디라 간디이다.

 

딸을 향한 아버지의 절절한 부성애와 동시에 그의 세계사를 보는 관점을 볼 수 있다. 투옥되었음에도 딸에게 보내는 편지에는 괴로움이나 고통은 없이 마치 역사 선생님처럼 담담한 어투와 침착한 문체로 딸에게 세계사를 설명한다. 어린 딸에게 걱정을 시키지 않으려는 그의 마음이 잘 드러난다.

 

역사는 이른바 정치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어쩌면 그는 딸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서 투옥된 정치가로서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그 자신의 정치관을 말하고 싶었던 거였는지도 모르겠다. 그것은 딸을 위한 편지라기보다 어쩌면 당시 못배우고 우매한 인도 국민을 위한 편지가 아니었을까 싶다.

 

이 책이 쓰일 당시 우리나라는 일본의 지배하에 있었는데도 네루는 동방의 작은 식민지가 된 나라 코리아의 역사를 딸에게 설명할 정도로 세계사에 관심많고 박식했다. 게다가 그는 그 당시 강자의 논리가 아니라 자기가 가치를 두는 역사적 시선을 가지고 딸에게 세계사 지식을 전하고 있다.

그가 강자의 시야로만 역사를 바라보지 않았던 건 네루 역시 인도 독립을 위해 반영 투쟁을 한 독립 운동가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까 그는 지배자의 입장보다는 식민지 국가의 역사를 살펴보는 사관을 가지게 된 것이 아닐까?

 

네루는 그 당시 일본의 죽국 난징 대학살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세계연맹에서 그 학살에 대해 눈감아주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이토록 세계사 기록 곳곳에 남아 있는데, 일본 극우 정부는 여전히 자신들의 전범 역사를 왜곡하거나 부정하고 있다. 나쁜 인간들.

 

부끄러워해야 하는 것은 극우 전범처럼 폭력을 자행하는 사람만이 아니라 폭력을 방관하고 침묵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이 책을 보면 알 수 있다.

누군가가 역사를 아무리 조작하고 숨긴다고 해도 이런 책이 남아 있다면 진실을 숨길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나는 네루의 책에서 말하는 인도의 아소카 왕에 대해서 좀 인상적이었다.

세계사에서 이런 훌륭한 왕을 모르고 왜 우리는 클레오파트라한테 뿅 간 케사르나 그를 죽인 부루투스, 같은 자질구레한 서구 문명 쪽 정치가들을 더 외우게 된 것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정복자임에도 징기즈칸과 알렉산더의 나이 차이는 거의 배가 되는 것도 알 수 있었다. 50대의 징기즈칸이 그 많은 지역을 정복할 수 있었던 건 결코 유목민 특유의 혈기만이 아니라 그 나이만큼의 쌓인 노련한 전투 전략 기술과 그만큼 목숨을 걸고 싸우다 맺은 소중하고도 깊은 인맥 때문이 아니었을까 짐작해볼 수 있다.

 

그리고 서양 사람들이 신대륙 발견을 마치 지금의 화성 정복처럼 여기던 15세기시절 동북아시아와 아메리카를 스페인과 포르투칼에 공평하게 나눠준다는 교황의 결정을 보면서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하는데 지금 뭐라는지 나는 아시아인으로서 기도 안찰 지경이었다.

지금 지구인들이 화성의 결정도 안 듣고 화성여행을 하겠다는 말을 하는 걸 보면 똑같은 심정이지 않을까? 세계사는 정말 예나지금이나 패권주의로 흐르고 있다는 건 변하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 글을 읽으면서 나는 그렇게 지겨워했던 세계사가 참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서구인들의 시야로만 보았던 세계사가 아시아인의 시야로 보게 되기에 신통방통한 내용도 꽤 보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사실 과거의 역사를 보면 현재에 정치가 어떻게 흐를지 대충 짐작도 가능하다.

어쩌면 네루는 신분제가 남아 있는 인도에서 자기를 이어 정치를 하게 될 가능성이 큰 자기 딸에게 역사를 가르쳐주면서 인생의 교훈과 함께 정치적 시야를 심어주려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이 책을 읽으면서 네루의 부성애와 동시에 정치인으로서의 투철한 책임감도 느꼈달까?

그는 세계사에 대한 평가를 하면서 정치가로서 가슴 속에 차곡차곡 개어둔 그의 사상과 관념 같은 것을 터뜨린다.

 

몸은 좁은 감옥에 갇혀 있지만 자신의 광범위 역사관을 선보인다.

너무나 숭고하지 않은가?

그 내용도 훌륭하지만

그가 딸에게 역사를 바라보고 한 줄 한 줄 나열하는 편지를 썼을 그 상황을 상상만 해도 가슴이 울컥 하고 눈물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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