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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식의 종말-제레미 리프킨’의 책을 읽고

로긴아이 독서 후기

by 로긴아이 2022. 4. 3.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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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왜 이 책을 골랐을까?

거의 채식 위주의 식생활을 하고 있는 내게 어느새 육식에 대한 반발심이 새어 들어온 것일까?

 

먹는다는 행위는 지극히 사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해왔다.

내 입에 들어간 물질, 즉 내가 먹는 음식들은 남이 배설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 먹는 행위가 내가 소화시켜 내가 배설해서 끝나버리는 사적인 일인 것일까?

 

결코 아니다.

 

먹는 일만큼 나와 자연, 사람과 동식물 등의 지구상 모든 환경이 연결되어 있는 일도 없다. 내가 먹는 일상은 지극히 공적인 자연과의 대화인 것이다. 그 한 예로 내가 밥상 위에 소고기를 올릴 때 지구환경이 점점 파괴되어가고 있으며 1년에 2천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기아와 관련된 질병으로 죽어가고 있다.

 

나는 늘 생명 존중사상을 가진 듯 행동하면서도 밥상 앞에서 수저만 들면 언제나 생명에 대한 극단적인 차별상을 가지게 된다. 사람 아닌 것은 모조리, 어떤 잔인한 방식으로든 조리해서 맛있게 잡아먹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극단적인 인간 중심의 사고가 내 안에 뿌리 깊이 박혀 있기에 나는 끼니마다 스스럼없이 어느 죽음을 내 입에 넣어 내 생명을 잇는다. 생태계 꼭대기에 군림했다고 여기는 인간으로서 무수한 생명들에게 가장 부끄러워해야 할 장소가 있다면 그것은 밥상 앞이 아닐까.

 

생각해 보면 더 맛있게 요리하는 법은 비약적으로 발전해왔지만 그 식재료가 되어준 동식물과 자연에 대한 사유는 퇴보되어온 것 같다.

 

이 책 속에서 1800년대 아메리카 대륙에서 수백만 마리의 버팔로를 사냥했던 기록을 읽다보니 저절로 눈물이 나왔다. 너무도 잔인한 인간의 행동에 죄책감과 슬픔으로 가슴이 아릿하였다. 뒤이어서 소를 키우는 현실과 도살하는 과정을 묘사한 내용을 읽다보니 구역질이 나올 것만 같았다. 미안하고 인간이 너무나 악질 같은 존재 같아서 한숨만 나왔다. 살기 위해 죽였다고 하기에는 과욕으로 팽배한 대량학살처럼만 보였다.

 

 

육식, 무엇이 문제일까?

 

지금도 나는 소고기를 좋아하고 우유도 즐겨 먹고 있다.

소고기는 우리 식생활에 그저 평범한 식재료로만 생각했다. 비단 음식 뿐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소가죽 제품이나 기름 등 소가 사용되지 않는 제품을 찾기가 힘들 지경이다. 아직도 농촌에서는 소가 쟁기를 끄는 곳도 있다. 그런 소를 어떻게 키워서 도살하고 있는지 눈물이 날 정도로 이 책은 그 과정들을 자세히 묘사하고 있다.

 

우리는 어느새 너무도 자연스럽게 도살한 고기를 식재료로만 인식하게 되어버린 것 같다. 배고파서 산목숨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식도락을 즐기기 위해서 산목숨을 죽이는 악행을 당연하게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사냥을 해서 먹을거리를 구하던 때와는 달리 지금은 직접 길러서 잡아먹고 있는 시대이다. 전 세계 36%의 곡물이 소 사료로 이용된다고 하니 인간이 소고기를 안 먹는다면 세계 10억 명의 굶주림을 해소할 수 있다. 육식을 사랑하는 이들이 소를 잡아먹기 위해 사료로 옥수수를 먹이며 그 옥수수를 키울 땅과 분비물로 인해서 지구환경은 날로 황폐해지고 인간이 먹을 식량을 키울 땅은 줄어들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사람은 먹지 않으면 죽는다.

식욕이 남아 있다면 살고 싶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소고기를 먹지 않으면 죽는다는 말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소고기를 계속 먹으려는 사람들 때문에 굶어죽는 사람들과 나빠지는 지구환경이 생기고 있다. 우리는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고민하게 되었다. 내가 개인의 입장에서 지구와 더 많은 사람들의 삶을 이어가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나는 여태껏 나보다 더 가진 이들을 비판하기를 좋아하고 때로는 서민이라 자칭하고 때로는 상대적 약자라 말하면서 정의로운 척했다. 하지만 나는 내가 당연하게 소유하고 관습적으로 행동하고 있는 양식들에 대해 늘 반성함을 잊고 있었다. 나는 이제 나 자신이 언제나 정의로운 사람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나도 모르는 새 나를 대신해서 남들이 저지르는 죄나, 내가 못보고 지나치는 나의 죄들이 얼마나 많은지 돌아볼 줄 알아야 한다.

 

나뿐만 아니라 같은 지구촌에 살면서 어디선가에서 굶주리는 사람들의 뉴스를 들으며 자신은 다이어트를 걱정하는 풍요로움을 누리고 있다면 적어도 포만감을 느끼면서도 육식을 탐할 때만큼은 음식에 대한 감사함과 함께 죄책감과 책임감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이 책은 말한다.

내 밥상 위에서 지구환경과 지구의 빈곤이 해결될 열쇠가 있다고. 내 자신만의 건강을 위해서가 아니라, 환경과 공적인 삶을 위해서도 내가 먹는 음식에 대해서 사유를 하고 먹어야겠다.

 

나는 아마 극단적인 비건은 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되도록 채식을 해야겠다는 더 분명한 이유를 가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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