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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사 지방 쓰는 법은 늘 까먹는다ㅠㅠ

일상 멀티 잡설 로긴아이

by 로긴아이 2022. 9. 9.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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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백부, 조모, 아버지의 지방


매년 제삿날이 되면 나는 지방을 써야 한다.
딸인데도 막내인데도 단지 서예를 배웠다는 이유만으로 내가 지방을 쓴다.

애초에 우리 집은 제사를 지낼 큰집이 아닌데, 아버지가 둘째 부인의 아들이라서 할아버지 둘째부인의 제사, 아버지에겐 친어머니, 나에게는 친할머니의 제사를 우리 집에서 지내게 되었다.

친할머니 제사도 막내아들인 아버지가 지낼 게 아니었는데 위로 형이 625 전쟁 때 돌아가신 모양이다. 그래서 아버지가 위로 형의 제사까지 지낸다. 나에게는 백부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로 우리 가족은 그분들의 기일에 따로 각각 제사를 지내거나 하지 않고 아버지의 기일에 모두 함께 지방을 올려서 동시에 제사를 지낸다.

 

 

제사를 모시는 친할머니나 삼촌이지만 그분들 생전에 난 그 분들의 얼굴도 뵌 적이 없다.
하지만 무슨 인연인지 10여 년 전부터 제사 때마다 나는 그 분들의 지방을 쓰고 있다.

지방을 쓰면서 그 분들을 조금 떠올리는 게 아마도 그분들과 나의 친척이라는 인연줄 아닐까…….

서예를 배웠다고 해도 나는 한글 서예만 배워서 한문 글씨는 예쁘게 잘 쓰지도 못한다. 그런 내용을 가족들에게 말했지만 그냥 화선지와 붓이 늘 준비되어있는 내가 쓰는 게 낫겠다고 해서 아버지 기일부터는 쭈욱 내가 지방을 쓰고 있다.

10년 넘게 쓰지만 아버지가 생전에 쓰신 지방의 글씨보다 지금 내 글씨가 멋있지는 않다. 그럴 때면 옛사람들의 필체에 감탄을 토하게 된다. 아버지는 서예를 배운 적도 없었을 텐데, 어떻게 그렇게 필체가 좋았을까?

사실 난 지방 쓰는 법도 잘 모른다.
1년에 3번 정도 쓰는 내용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내가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는 내용이라서 그런지, 아직도 지방을 쓸 때마다 포털에서 ‘지방 쓰는 법’을 검색해서 알아본다.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3570212&cid=58881&categoryId=58891

 

지방 쓰는 방법

예전에는 집집마다 조상의 위패(位牌), 즉 신주(神主)를 모신 사당이 있었다. 사당은 조선시대 양반층이 먼저 만들기 시작해서 조선 후기가 되면 각계각층으로 일반화되었다. 가난한 사람들도

terms.naver.com



지방은 가로 6센티, 세로 22센티로 화선지를 잘 잘라서 그 사이에 글을 쓰면 된다고 검색하면 나온다.

아버지 지방

 

할머니 지방
삼촌 백부 지방


근데, 왜 지방은 꼭 한문으로 써야 하는 건지…….
한글로 쓰면 귀신이 싫어하나?

귀신들은 모두 중국 문화를 좋아하나?
그럴 리 없을 텐데.
때때로 나는 한글로 지방을 쓰고 싶지만 형제들의 반발 때문에 그냥 참고 있다.
내 형제들은 모두 고지식하고 권위적이며 변화를 싫어하는 보수적인 사람들이다. 나는 나이차가 많이 나는 막내라서 형제들과 세대 차이를 느낄 때가 꽤 많다.

 


나는 제사 같은 허례허식도 그만둬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어머니나 내 형제들은 그만 두려는 생각이 없는 것 같다.
그렇다고 나는 강하게 주장하는 것도 아니라서 그저 형제들과 원활한 인간관계를 이어가기 위해서 그들에게 맞춰주고 있다.
엄마가 아빠 제사를 지내고 싶다고 하는데 거기에 대고 원론이나 과학적 반론을 들이밀며 ‘안된다!’고 말할 자신감이나 신념을 가진 것도 아니기에.

요즘은 조금씩 엄마를 설득은 하고 있다.

“엄마, 자기 제삿밥 안차려 준다고 후손이 잘 안되게 만드는 조상은 조상이 아니라 잡귀야. 사람이 죽으면 그냥 더 좋은 생을 받아 다시 태어나면 끝이야. 왜 자꾸 전생에 자손들한테 집착해서 밥 얻어먹는 거지 짓을 하려고 그래? 그런 찌질한 귀신은 지방으로 모시고 제사 지낼 자격도 없어.”

과연 고지식한 엄마나 형제들이 나의 말에 설득이 되려나.
아니면 난 이 지방을 앞으로도 추석이나 설날 제삿날에 계속 쓰게 되려나.ㅠㅠ


아무튼
이 글 보시는 분들,
혹여 조상이 버릇없다고 여겨서 복을 안주는 것 같다고 의심가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이번 명절은 즐겁게 보내시고
항상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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