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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국에 방역패스 서예 전시회

히히후후헤헤 소확행

by 로긴아이 2021. 12. 14.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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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국에 방역패스 서예 전시회

 

두 달 전에 전시회를 할 테니까 작품을 내라고 지시 같은 공지를 받았을 때

솔직히 난 엄청 걱정되고 기분이 나빴다.

코로나 시국이라서 감염도 걱정되고, 그 동안 글씨 연습을 제대로 한 것도 없는데 무슨 작품이냐!

내심 귀찮기도 하고 올해 전시회는 그냥 넘어가는 게 낫겠다 싶었다.

 그런데 막상 작품을 내기로 결정하니 서예를 배운지 13년.

이제 좀 글씨를 써온 마음을 정리할 시기도 되었다는 기분도 들었다.

내가 처음에 어떻게 붓글씨를 썼더라?

아래 작품을 내기 위해 한 달 동안 하루에 4시간 이상 붓을 잡았다.

코로나 때문이기도 하고 개인적 일로 바빠서 꽤 오래 붓글씨를 쉬었기 때문에 손에 붓이 잘 잡히지 않았다.

 

다시 작품을 내기 위해서라도 억지로 글씨를 쓸수록 붓글씨를 배울 때 초심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나는 붓글씨를 쓰면서 마음을 닦겠다고 하지 않았던가?

옛 선비들이 먹을 갈면서 우선 잔잔해지는 마음을 다독이면서 삐침 하나 선 긋기 하나에 마음을 집중하고 몰입하는 그 순간을 바라보는 그 상태를 누리겠다고 하지 않았던가?

 

'어서 작품을 내야해. 그럴 듯하게 만들어 보여야 해.'

 

이번 작품 준비를 하면서 비뚤어진 글씨에서 보이는 초조하고 조급한 내 마음이 다 드러나 보여서 참 부끄럽고 어이 없었다. 

13년 동안 붓글씨를 썼는데 어떻게 진보가 없고 오히려 욕심만 잔뜩 들었니?

 

'애써 마음을 편해지려고 하진 말자. 그건 또다른 불편함이니까. 그냥 지금 순간을 바라보면서 몰입만 해. 그 몰입이 안된 글씨가 나오면 어쩔 수 없지 뭐. 네 실력이 아직 그 정도인 걸, 괜히 스트레스 받진 말라고.'

 

이번 방역패스 전시회..

코로나 때문에 손님은 없었지만 그래도 나는 그런대로 나쁘진 않았다.

오랜만에 글씨 쓴다고 힘들었지만 그 힘든 과정 역시 초심을 바라보게 해 줘서 상쾌함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그래도 커피를 더 많이 마시지만 이 붓글씨를 쓸 땐 설록차도 예전의 기분을 되살리며 꽤 마시게 되었다.ㅋㅋ..

 

유안진 시인님은 이 설록차...라는 시를 쓰실 때

녹차를 얼마나 마셨을까 상상해보면...ㅠㅠ;;

우우야...ㅋㅋㅋ

 

나도 예전에 커피를 소재로 시를 쓴 적이 있다.

아마 그 당시 내가 커피를 마시는 양 만큼 드시지 않으셨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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