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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 - 우와, 힘들어. 근데 또 할 거야

히히후후헤헤 소확행

by 로긴아이 2021. 8. 28.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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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힘들어. 근데 또 할 거야

 

봉사하다가 내려다본 그 동네 풍경. 봉사자 개인의 사진을 올리지 말라고 부탁받아서.ㅠㅠ;;

 

8월 27일

어제는 지난 폭우에 낙뢰를 맞아 집이 불탄 곳에 가서 자원봉사했습니다.

저는 야행성 올빼미 족입니다.

그래서 오전에 일어나는 게 무척 힘듭니다.

그런데, 어제는 전날 일찍 자서 새벽에 일어났습니다.

그래서 아침에 하는 자원 봉사 활동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그 작업에 지원한 건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 때문입니다.

제가 올빼미 족이라서 야밤에 일어나는 일은 소상하게 잘 압니다.

부산에 폭우가 올 때 저도 참 무서웠습니다.

번개도 우르릉 꽝꽝 치고 비도 많이 왔지요. 뉴스에선 홍수로 엉망이 된 마을도 다뤘고요.

근데 다들 지난 폭우에 수재를 걱정했는데 번개를 맞아서 집이 불타는 화재를 당하다니.

이 무슨 역설적인 자연재해이고 천해입니까?

 

가엽고 안되었다는 마음이 앞서서 참가했습니다.

 

 

근데

저는 간과한 게 있었습니다.

제가 평소에 운동량이 극히나 적은 사람이란 걸요.

일주일 아니, 보름치 운동량을 하루만에 다 한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봉사를 마치고 난 후 저는 집에 와서 숯 냄새를 지우는 샤워를 급하게 한 후 파스 8개를 종아리와 발목 팔뚝 목과 허리에 붙인 후 바로 취침했습니다.

 

무슨 일을 했길래 그렇게 요란하게 엄살 떠냐고요?

 

이 일은 참가자들이 그 화재가 난 집에서 경사지로 일렬로 배열해서 화재난 물품을 아래로 내려보내는 작업이었습니다. 바로 연탄 옮기는 자원봉사 활동과 비슷한데요. 강도로 보면 그보다 더 빡세다고 보면 됩니다.

 

왜냐하면 집안 가재가 모두 불탔는데 그걸 옮기는 작업이었습니다. 그 불탄 가재들이 빗물까지 먹어서 엄청 무겁고 경사지 아래로 그걸 옮기는 건 육체노동을 해 본 적 없는 제게는 꽤나 힘든 작업이었습니다.

 

봉사하며 더러워진 마스크. 저는 항상 마스크를 여분으로 준비하기 때문에 다행

 

게다가 집이 워낙 산 꼭대기에 위치해 있었고 옮기는 와중에 비도 도중에 와서 습도도 높아져서 후덥지근해졌습니다. 게다가 마스크까지 끼고 있으니까 호흡도 힘들었지요.

아침에 시작한 작업이 1분의 휴식시간도 없었는데 점심시간이 되어도 끝날 것 같은 낌새가 안보였습니다.

쓰레기를 옮기는 파란 마대 자루 수백 개를 옮겨야 했으니까요.

 

 

“이러다 저는 오늘 죽겠어예.”

 

저는 헉헉거리며 엄살을 피웠지만 마냥 그럴 수만도 없었습니다.

참가자들 가운데 제가 거의 막내였는데, 연로하신 분들이 모두 너무나 열심히라서 제가 더 엄살을 피우면 안될 분위기더라고요. 덕분에 저도 그 분들의 열의에 감탄하며 끝까지 힘냈습니다.

 

 

그런데 마침내 일을 다 끝내고 터덜터덜 경사지를 내려가니 아래 빌라 분께서 투덜투덜 자원봉사하는 분들께 불평을 하셨습니다. 재해 쓰레기를 옮기면서 검은 숯가루같은 게 자기들 집 앞 땅바닥에 많이 떨어졌다면서요.

 

그걸 보고 저는 좀 아쉬웠습니다.

같은 동네 사람이 아니어도 자연재해에 불난 집 사람을 돕고자 많은 사람이 출동해서 3시간 넘게 육체노동을 했는데 기껏 자기 집앞에 조금 숯가루가 떨어졌다고 그렇게 불평합니까?

같은 동네 사람으로서 안타깝게 여기고 바닥 물청소는 좀 해주겠다고 먼저 말하는 그런 여유를 보여주는 마음은 그분께 없었을까요?

 

세상이 아무리 각박하고 자본주의 논리에 의해 물질적 이익에 의해 돌아간다고 해도 조금은 여유를 가지고 주변을 바라보고 살았으면 합니다.

동네 이웃이 재난을 당했으면 굳이 도와주진 못한다고 해도 안됐다고 생각하고 내가 조금 피해봐도 조금은 배려해 줄 순 없나요?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역시나 저는 자비심을 가진 지역 봉사자이 이토록 많다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자기 일도 아닌데 이렇게 힘든 작업에 기꺼이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하는 마음을 낼 줄 아는 이들....

역시나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아름답고 향기롭게 만드는 사람들은 이런 진흙속의 연꽃같은 분들이 아닐까요?

 

제가 정신요양원 봉사를 오랫동안 해 봐서 제 개인적이고 편파적인 경험상 말하는 것인데 자원봉사자처럼 이타심이 많은 분들은 한 때 현실적 어려움이나 여건에 의해 정신적인 우울함을 겪을지는 몰라도 정신요양원에 입원할 일은 절대 없습니다.

마음에 타인과 함께 하는 자신을 볼 줄 아는 사람은 이미 깊은 중심이 서 있는 이들이라서 정신적 흔들림이 적거든요.

 

 

오늘 저는 특히 한 분을 보고 속으로 깊은 감동과 존경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 분은 몸에 장애를 가지고 있는데도 기꺼이 이웃의 재난을 돕기 위해 나선 분이었습니다.

똑같은 상황에 나는 저런 맘을 낼 수 있을까?

세상을 원망하지 않고 가능하면 타인을 더 돕자는 마음을 낼 수 있을까?

저는 고작 3시간 일하면서도 갖은 엄살 피웠는데 그 분을 보고나니 참 부끄러웠습니다.

 

오늘의 힘든 자원 봉사 후에 집에서 긴 잠을 자고 나서 이 글을 씁니다.

잠에서 깨고나니 목이 쉬어 있습니다. 종아리와 팔뚝에 근육통도 왔습니다. 그만큼 피곤했지만 기분은 상쾌합니다.

 

그런데,

다음에 또 이런 자원 봉사 활동이 있다면 제가 참여할까요?

아마도 힘들다 힘들다 하면서 또 하게 될 것 같아요.

그만큼 보람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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